나는 참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슬플 때도 울고, 화날 때도 울고.. 억울할 때도 울먹인다..
하물며, 애까지 딸린 엄마가 심한 몸살 감기에 아프다고 훌쩍이기도 한다 ㅠ.ㅠ;;(아.. 부끄럽다)

그래서
'난 제때 할말도 못하고 특히나 말싸움이 생겼을 때는, 울먹울먹 바보처럼 더더더 거리면서
내 의사 표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바보같은 사람이다'
라고 느낄 때가 너무도 많다

어릴 적부터, 똑순이, 악발이, 당차다 는 말을 듣는 아이들이 부러웠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 같았지만
내 천성이 그러하지 못한 걸 어쩌랴..

그냥  그렇게.. 약하고 조금은 모자란 나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게 되더라

그런데, 이 주책스러운 눈물을 내 의지로 도저히 감당못할 일이 있었다. 그제, 어제 그리고 오늘..
얼마나 얼마나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던지.. 울다 지쳐 목이 말라 물까지 마셔가며...
딸애가 어린이집에 가서 이런 엄마를 안 본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유인즉슨.... 책 한권이다...

시골외과 의사인 박경철씨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모은 책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지금은 그 후편이 나왔던데, 난 이제야 1편을 읽고 울고불고 뒷북이다

 

요즘 들어 아니 요 몇 년간, 이런 책은 제대로 한권을 읽은 적이 없을 정도로...
글과, 책과 멀어진 나...
그러나 이틀만에 거의 끝을 달리고 있는 이 책의 정체는...

삶, 내가 모르는 이웃들의 처절한 삶이다

치매에 걸려 사랑하는 손자를 곰국으로 만들어 버린 할머니 이야기..
복벽결손으로(내장이 밖으로 죄다 나와 있는 상황) 죽어간 신생아 곁으로 가서 외로움을 달래주겠다던 유서를 남기고 떠나버린 모정...
미감아(나병환자들의 자녀를 일컬음) 출신으로 세상의 편견과 멸시에 당당히 맞섰던 진우씨의 슬픈 사연...
고등학생의 몸으로 6.25에 학도병으로 징집돼서 몸도 마음도 무너져버린 할아버지,
그저 위험에 처한 국가를 위해 국가에서 내린 명령으로 전쟁터에서 온몸에 총검의 상흔을 남기고 둔부의 대부분이 날아갔지만,누구에게서도 고맙다는 말한마디, 보상 한번 제대로 못 받고 죽지 못해 살고 있던 그 할아버지의 한마디..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졌읍니껴?내가 무슨 큰 죄인입니껴?"

 

콧물 눈물 휴지로 훔치다 보니 눈은 충혈됐고, 목은 잠겨 버리고... 휴지는 어느새 1두루마리가 다 풀려버리고..
가깝지 않은 주변에서의 몇몇 죽음, 특히나 자살을 보면서...
절대 절대로 공감할 수 없었고, 그렇게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만 생각하던 나...

물론 지금도 목숨 줄을 놓는 것보다 어떤 고통이든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절망을 겪어보지도 않은 자의 세치 혓바닥으로 그들 앞에서 삶과 죽음을 감히 이야기하기 송구스럽다고 한 작가의 말처럼,
비수처럼 그의 가슴에 파고드는 유서를 남기고 가야하는 그들의 간절함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어도 죽기보다는 살아서 꿈이라도 꾸어보는 게 더 나은 거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동안 나만 엄청나게 힘든 일들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나를 짓누르는 세상의 무게에 엄살 아닌 엄살을 피우면서 살았었는데....

나와 함께하는 이웃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무거운 삶과 애통함, 처절함을 느끼면서 너무도 안타까웠지만,
정말로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게 되더라...

더 넓고 큰 집에 멋진 부엌을 가지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고급스러운 치장을 하고,
내 아이가 최고의 대학을 가기를 바라는 삶보다...
아픔을 가진 누군가의 동행이 되어 드릴 수 있는 삶,

세상을 향해... 삶을 향해...
나는 정말로 사람답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