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취향과 느낌이 다른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제6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11회 본격 미스터리대상 동시 수상에 빛나며, 본격 미스터리의 숨은 강자 마야 유타카 국내 첫 출간작 이라고 몇 년 전에 발간된 책을 이제서야 읽어봤다.


워낙에 미스터리, 수사 및 탐정, 괴기 등의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서 그쪽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가 새롭게 알게 된 작가이다.


17세 작고 여린 소녀의 어깨로 짊어지기엔 너무 묵직한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통해 어머니의 빛나는 명성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탐정으로 제대로 데뷔하려는 애꾸눈의  소녀, 미사사기 마케게.

 

"제 왼쪽 눈은 전실을 꿰뚫어봅니다."라는 퍼포먼스와 함께 사람들의 수긍을 얻어내며 사건을 풀어헤쳐 나간다.


주인공이며 화자인 다네다 시즈마는 어머니의 죽음이 내연녀가 있는 부친이 보험금을 타기 위한 것이었고, 주인공과 모친에게 보여준 다정하고 가정적인 부친의 모습이 그저 가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친을 죽음으로 몰게 된다. 그 후 자신도 죽기 위해 다시 찾은 고토노유에서 만난 외눈의 소녀 미카게와 함께 연달은 10대 소녀의 살인사건에 함께 휩쓸리게 된다.


 

> 스포가 있으므로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으시다면 생략하세요~

 

오랜동안 전설을 간직하여 마을의 구심점이 되어 존경과 두려움을 한몸에 받아온 한 명가인 고토사키 집안에서 잔혹하고 처참하게 10대 소녀들이 죽어나가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내부인, 즉 가족 구성원 중 한명으로 의심되는 범인은 교활하게도 매번 살인 현장을 잘도 빠져 나가고, 명탐정으로 존경받던 어머니인 미사사기 미카게의 이름을 이어받은 이제 갓 탐정으로 데뷔하는 17살의 외눈 소녀 미카게 2대째는 논리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미카게는 사건 해결 도중 스승겸 조언자겸 열렬한 지지자인 부친을 범인의 손에 잃기도 하고, 범인의 함정에 빠져 살인을 막지 못하지만 결국은 해결하여 뛰어남을 인정받는다.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시즈마는 그로 인해 삶의 의지를 얻게 되지만, 미카게는 사건 해결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그 뒤, 시즈마는 삶을 이어갈 이유를 찾지 못해 다른 곳으로 가 자살하지만, 살아나게 되어 다른 이름으로 18년의 삶을 살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시즈마는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기억이 돌아와 다시 한번 고토노유를 찾고 18년 전, 미카게 2대째와 만났던 자리에서 꼭 닮은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미카게 3대째로 역시 뛰어난 명탐정으로 이름을 날리다 사건을 해결하는 도중 죽은 미카게 2대째의 딸이었다. 혹시 이 소녀가 자신의 딸이 아닐까 싶어 나이를 물어보지만, 16세라는 말에 자신의 딸이 아님에 안도와 함께 실망을 하게 된 시즈마.


18년 전 고토사키의 손녀인 10대 소녀 3명과 미카게 2대째의 부친을 죽인 범인과 같은 수법으로 다시한번 고토사키 집안의 십대 소녀들을 하나씩 살육하며 살인마는 부활하게 된다.


명탐정인 어머니의 빈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훌륭히 탐정으로 데뷔하기 위해, 다시 시작된 살인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이라면 어머니의 추리가 잘못됐다는 것이기에 그를 해결하기 위한 미카게 3대째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어머니의 잘못된 추리로 인한 갖은 추궁과 모욕을 감내하며.


미카게 3대째 곁에는 18년 전과는 달리 듬직하고 능력있는 조언자는 없지만, 시즈마는 수습조수를 자청하여 남게 된다.  그리고 미카게 3대째에 의해 밝혀지는 잔혹하고 교활했던 살인사건의 전말과 동기 및 수법, 그리고 범인의 정체를 보면서 뜨악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추리물 내지는 정통에 가까운 수사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터라, 예측하지 못한 결말을 보고 나니 생명의 존엄성이 추락해버린 폭력적인 내용을 접한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하고 뒷맛이 씁쓸하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명탐정을 동경해왔으며,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에 번역가는 아마 이 작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작품에는 명탐정의 탄생이 녹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딱히 명탐정이라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데 충실한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까발린 작품이지 않은가 싶었다.


더구나 미카게 2대째도 그렇고 3대째도 그렇고 범인을 오인하거나(어찌됐든) 수사 도중 타겟이 된 10대 소녀들은 계속 죽어나갔고, 경찰들도 동원된 마당에 다들 속수무책이 아니었나 싶었다. 결국 탈 수 있는 장작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 같은 결말은 명쾌하고 신들린 듯한 명탐정 사건 해결이라고 보기엔 부족할 것 같았다.


다만 작품 초반부터 명망 깊은 집안 10대의 꽃다운 소녀들이 목이 잘린 채 죽어나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탐정들과 경찰들이 들러붙었지만 교묘히 사각지대를  침투하여 원하는 살인을 계속해나간 치밀하고 영리한 범인.

분명 집안의 가족 중 누군가인데 도통 잡히질 않아 이유가 뭘까를 고심하게 하는 걸 보면 집중도는 굉장히 높은 작품임은 틀림없다.


'도대체 범인이 누굴까? 분명 가족 중에 있는 건 확실한데, 도대체 왜 자꾸 죽이는 거지?'

'승계가 목적인가? 권력? 어떻게 이렇게 감시하고 있는데 뚫고 들어가 살인을 하는 걸까?'

등 곳곳에 숨겨져 있는 듯한 트릭과 동기가 궁금하여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하긴 했다.


마야 유타카라는 작가는 잘 모르지만, 이 작품 역시 작가의 특색이 잘 살아 있다고 하니 또 다른 작품을 읽어 작가의 특색을 좀더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

 

 


갑작스럽게 보게 된 영화 '내부자들'

거의 심야에 급하게 예약한 거라 딱히 선택의 폭도 넓지 않았기도 했지만, 남편이 원래부터 이걸 보고

싶어했던 것 같다. 나야 뭐, 뭔 영화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표 예약했다고 해서 검색해보니

으잉?


주인공이 이병헌이었다.

성스캔들로 세간에 오르내린 게 6-7개월밖에 안 됐고, 그 이후 딱히 이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맘이 없었던 지라, 나름 보기 싫었고, 왠지 선입견이 있었는데 평점도 꽤 높기도 하고 리뷰에

이병헌 연기에 대한 찬사 일색이더라.

음... 보면 알겠지.


나는 이렇게 잔인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보면서 헉, 흑, 어머... 끅... 하는 소리는 내면서 손으로 눈 가리고, 귀 막고 그러면서 봤다.

(오버일수도 있는데 사람 손목 칼로 자르다 안 잘려 톱으로 자르고, 슥슥 뼈 갈리고 살 잘리는 소리는

 차마;;)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기억은 조상무!!! 이 사람의 잔인성이 너무도 무서웠다.

실제에도 이렇게 가진 사람들의 개 노릇 즉, 그들이 개 돼지같은 쓰레기라 부르는 일반 사람들의 청소를 도맡으면서 아무런 죄책감이나 두려움 없이 잔인한 행위를 자행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현실이 막막하고 두려웠다.

나도 그런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현실에 살고 있고, 앞으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도 그런 사회에서 살게 될 거라는 게 안타깝다.

 

주연만이 영화를 빛나게 하는 게 아니란 것을... 무서웠던 조상무

 

그 자리에 있음으로 작품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조연자분들의 대우가 더욱 좋아졌으면...

 

누구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주연같은, 권력을 잡은 자들, 최고의 부와 영예를 누리는 자들의

밑거름 혹은 그들을 더욱 존귀하게 해주는 건 우리같은 일반 사람이고 조연이 되지 못한

주연, 단역들, 그리고 스텝이라는 걸 어느 분야의 누구든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당연히 갖고 있는 권력과 부로 나보다 못한 사람과 아랫사람들을 내리 누르고 핍박하고 버러지로

치부하거나, 내가 가진 걸로 내맘대로 사는데 누구 뭐라고 할거냐는 식이나,

도덕도 어떠한 법적 제재도 날 어찌할 수는 없다는 식은 곤란하다.

 

너, 나랑 영화 한편 하자....

검찰과 경찰, 조폭과 연계된 어딘가..... 도대체 어디까지 썩어 있는 걸까..


'말은 권력이고 힘이야.' 

그 좋은 힘을 한낱 일부를 위해 쓰지 말고 국민과 국가 전체를 위해 사용하는

언론이 바로 서는 나라는 어디에...

권력의 참맛에 길들여 어떤 일을 자행하고라도 놓지 않는...

이병헌에게서 최민수를 본 건 나만일까?



평론가도 아니고 제대로 영화를 볼 줄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 이병헌의 연기만이 아닌, 조승우

그리고 모든 배우분들의 연기가 다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사투리도 모르는 내가 듣기론 조승우의 사투리도, 이병헌의 사투리도 다 진짜 같았는데,

막상 경상도 출신이 듣기엔 조승우의 사투리가 엉성했다고 하지만 뭐, 난 전혀 모르겠더라.


관람등급을 19금으로 함으로 관객수가 줄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서라도 욕설과 잔인함,

성접대 등의 수위 높은 장면과 연기를 요구한 감독이 기획이 있었기에 관객들은 좀더 적나라한 작품을

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뭐 줄거리야 권력과 언론, 재벌의 개 노릇을 하던 그들 입장에선 한낱 양아치였던 이병헌이

주인을 물 정도로 커졌다고 착각하고 그들의 약점이 될 정보를 주워 먹는 데서부터 작품이 시작된다.

이병헌이 주제도 모른체 시키는 일만 하지 않고 욕심을 부려 팔 짤리고, 죽은 듯이 살아가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된다. 그가 하는 모든 말은 녹취돼서 보고되고,

행동과 거처는 시시각각 감시되는 그런 생활을...


자신이 철석같이 믿었던 언론인이면서 정치판의 그림을 그리고 언론과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백윤식에게 배신당한 것도 모르고 그저 다른 두 사람에게 복수하려 계획한다. 


그러다 소위 족보(배경)도 없는 하룻강아지 검사인 조승우가 자신의 야망을 위해 수사하다

이병헌에게까지 이르고, 이병헌의 복수를 도울 테니 갖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넘기라고 요구하고,

이병헌은 오리발을 내밀지만 백윤식의 배신을 알고 조승우와 손을 잡는다.

조승우는 이병헌이 내민 자료를 이용해 백윤식과 거래하고 족보 없이 가기 힘들다는 대검으로 발령나게 되고,


그리고 반전.....


이 영화에서는 완전한 정의도 없고, 짠~하고 나타나 이 시대를 구할 영웅도 없다.

어쨌든 결말은 3대 악인을 잠깐이라도 주춤하게 만들기는 한다. 단지 주춤..

어짜피 그들은 잠시 숨죽이고 있다가 언제가는 대중을 속이고 다시 저 높은 곳으로 올라가니까..

빛나서 눈이 부실 것 같은 권력과 부와 명예 뒤로 움직이는 검은 이치,

그 아래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대한 이야기라 뒷맛이 씁쓸하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23978.html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3943.html


http://www.nocutnews.co.kr/news/4525183



이런 일들이...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

 

<잔혹하고 슬픈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들>

 

  박지선, 이노우메 히로미 / 청아출판사

 

 

뭐랄까, 나는 좀 이상한 아이였던가?

어릴 적부터 공포, 괴기, 요괴, 귀신 등 무서운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엄청. 영화도 가장 선호하는 장르가

공포 내지는 스릴러, 꺼려하는 장르는 코미디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픈 영화들,

그리고 로맨틱코미디(는 가끔 보는구나)였으니.

 

그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가 누군가로부터 "너는 왜 맨날 그런 것만 보니?"

내지는 "그런게 재밌어?","그거 볼 시간에 이걸 해라." "너 성격 이상하다."라는 말을 듣다가

"그러니까 니 성격이 그렇지. 고쳐야 해."라는 말까지 들으니 착찹했다.

 

무섭고 괴기스러운 이야기를 좋아하면 성격 이상한 거고, 뭔가 잘못된 사람인 건가?

 

 

 

왜에?

공포영화나 괴기영화 엄청 좋아하면 안 되? 그럼 이상한 거야?

그냥 취향이라고 생각해주면 안 되는 거야아~~~?

 

뭐 그렇다고 상처받고 쭈그러져 있거나 한 건 아니고,

믿었던,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라 상처는 조금 받았지만

 

흥!

 

 

나이를 먹어선 지금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책이건, 영화건, 만화건 죄다 그대로다. 일관성!!!

 

 

암튼, 오늘 소개할 책은 아마 이런 기담이니 괴담이니 하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지

싶은  책이기도 한데, 나는 뒤늦게야 읽게 됐다.

 

전에 무척이나 기대하고 항설어백물어도 그렇고, 다른 일본 기담이나 요괴 관련 책을 몇 권 읽어보고

생각보다 평이하고 허술한(오래 전에 출판됐기에 문체나 구성이 아무래도 현대적 감각과 맞지 않았을 터) 점에 나름 실망한 터라, 이 책도 별 기대는 않긴 했다.

 

오, 근데 기대를 않는 걸 넘어서 마이너 기운을 가지고 읽었더니 오히려 괜찮았다.

 

 

 

일본 기담(이하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크게 원한, 사랑, 요괴, 동물, 괴이의 그 5주제 안에 5-6가지의 소재를 가진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들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일본은 기이한 이야기가 세월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나라로 오랜 내전으로 죽음과 친근해진 탓일 수도 있고, 죽은 영혼들이 모두 신이 된다는 독특한 종교관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전쟁과 잦은 지진 등 불시에 찾아와 삶을 앗아가는 것들과의 오랜 동거는 일본만의 독특한 이야기들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죽은 영혼들이 모두 신(반드시 좋은 신 혹은 고귀한 신이 아니고 소위 말하는 악귀나 원령 등도 다 포함된 것 같다)이 된다는 종교관을 가졌는지에 대해선 처음 알게 됐고, 바로 옆 나라인 한국 역시 일본의 기담처럼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신화니 전설들이 하는 것들이 있는데 조금은 다른 맥락인 걸까? 

 

우리나라도 오래 전 삼국 이전에도 수시로 싸워왔고, 삼국으로 각이 잡힌 뒤에도 싸웠고, 대륙에서 혹은 바다 건너 왜적으로부터의 침입도 받아 왔고, 남북이 갈리느라 싸우는 등 수많은 전쟁통에 많은 생명들이 죽어나갔는데, 한국도 예전의 전설에 더해서 그런 많은 죽음과 역경을 통해 생겨난 각종 괴이한 이야기들이 한국만의 종교관, 민족성, 문화 등으로 다르게 발달한 것인가? 

 

 

아무튼 책을 읽는 내내 억을한 영혼들, 특히 애정 문제로 갈등하다가 장벽이 나타나자 너무도 쉽게 목숨을 던지는 주로 여자(대부분 원혼이 된다)들과, 그당시에 팽배했던 계급계층이 휘두르는 권위의 폭력 앞에 무너져 복수를 하는 모습들을 보니 안타깝긴 했다.

 

그런 경우 한국 원혼들은 억을함을 호소하고 결국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로 결론나지만, 일본 모노노케들은 자신이 직접 복수를 행한다는 어찌 보면 적극적이고 더 공격적이라 읽는 입장에선 더 시원해야 하는데, 읽다보면 또 그것도 아니다. 또한 일본의 원혼들은 굳이 권선징악과는 상관없다고 했는데, 한국이건 일본이건 무조건 집착하다 복수를 하거나, 나쁜 짓을 한 경우 벌을 받는 경우가 꽤나 있는데, 그건 이야기 상황에 따라 다른 거 아닌가?

 

 

암튼, 귀신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엉덩이 붙이고 한 권쯤은 거뜬히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마구 흥미진진하다거나, 엄청나게 소름끼친다거나 한 건 절대 아닌데, 그냥 죽죽 읽혀진다.

 

 

잠깐 스포를 좀 하자면,

 

원한에 속한 이야기 한편인 추녀의 복수(오쓰야 괴담)을 소개한다.

이 이야기는 혼란스러웠던 전국시대를 종식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막부가 들어선 에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당시 괄목할 성장을 이뤄 죠닌이라는 도시 상공업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문화와 경제 모두 활기를 띤 겐로쿠 시대에 벌어졌던 기이한 이야기다.

 

은퇴를 앞둔 하급 무사 다미야라는 사무라이는 딸을 하나 두고 있다. 딸인 오이와는 어릴 적엔 무척이나 고왔지만, 천연두를 앓고 난 뒤, 얼굴이 괴물처럼 일그러져 혼인이 어려워졌다.

다미야는 자신이 살아 있을 적에는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지만, 자신이 죽은 뒤 남겨질 아내와 얼굴이 흉측해진 딸이 걱정되어 하루빨리 괜찮은 사위를 맞고 싶어한다. 그러나 오이오의 외모에 대한 소문이 난 뒤 아무도 그녀와 결혼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중매로 먹고사는 이의 추천으로 외모는 괜찮지만 신뢰가 가지 않는 로닌(주군이 없이 떠도는 사무라이로 안정되지 못한 상태)인 이에몬을 사위로 맞게 된다.

 

결혼식날 처음 오이와를 본 이에몬은 온통얽고 한쪽 눈꺼풀이 내려앉은 그 얼굴에 기함하지만 안정된 지위와 생활을 위해 결혼을 하고 운 좋게도 결혼 후 장인인 다미야와 장모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준다.

이에몬은 안그래도 성정 자체가 바르지 못한 사내였기도 했고, 아내의 혐오스러운 외모에 정을 못 붙이고 있던 터라, 고삐가 풀려 버리자 난잡하고 방탕한 생활로 하루하루 보내게 되었고, 그런 이에몬 곁에는 더한 양아치인 기베라는 작자가 붙어버린다.

 

기베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게이샤 출신의 첩 때문에 골치아파 하다가 이에몬을 꼬셔 아내와 이혼을 하게 해 줄테니 자신의 아름다운 첩을 데려가 살라고 한다. 이에몬은 바로 동의했고 이에몬의 아내인 오이와는 기베의 "당신 남편, 이에몬의 행태가 상부에 알려져 징계 직전이다. 당신이 다독야봐라.", "더이상 안 되겠다 곧 잘리게 될 것 같다. 우선은 당신이 이혼하고 좀 떨어져 있어봐라. 일자리를 구해주마. 당신 때문에 이에몬이 마음을 못 잡는 것 같으니 좀 떨어져 있다가 안정되면 다시 와라."는 말을 믿고 이혼을 한 뒤 일을 하면서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날 떠돌이 장사꾼에게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된 오이와는 그들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고 분노와 치욕, 좌절감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모노노케가 된 듯하다.

 

자, 그럼 이에몬은 어찌 살고 있을까?

 

이에몬은 기베의 첩을 아내로 두고 자식을 여럿 낳아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고(그렇다면 기베의 아이까지 모르고 같이 키우고 있다는 애기가 되는 건가?), 기베 역시 방탕하고 자유스럽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가 오이와가 사실을 알았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겁 먹었지만 잠잠하자 안심한다.

 

하지만, 모노노케로 변한 오이와의 복수로 이에몬은 아이들과 아내를 차례로 읽고 자신도 지붕에서 떨어져 죽게 되며, 이 일의 원흉인 기베 역시 자신과 함께 그 집안 사람 모두 병에 걸려 죽개 된다.

 

한국에서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도 이런 점은 비슷했던 건지 간혹 괴담이건 기담이건 전설에서건 간에 비슷한 교훈을 담은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것 같다.

 

 

참, 이 책의 표지 이미지 찾다가 기담에 관련된 아마도 영화 장면인 듯한데, 피 흘리는 여자의 이미지를 보게 됐다.

아~~ 소름이  돋아. 눈도 못 마주치겠어서 후다닥 창을 닫아버렸다.;;;

 

글보다 눈으로 온 자극이 더 강렬하긴 했나보다. 계속 여운이 남아서 무섭다.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

 

설연휴 극장가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나도 보고 왔다.

 

부산 남포역 롯데백화점 9층에 영화관이 생겼나 보더라.

지난 번까지는 관란석 사이의 각도라든가,

시설 청결도, 스크린 해상도 등이 맘엔 안 드는 예전 영화관에서 봤는데,

이번엔 새로운 곳에서 봤더니 우왕~ 돼에박~~~~~~~

 

나, 이거 안 봤으면 진심 후회했을 듯.

 

 

후기 보니, 잔인하다 vs 재미있다 vs b급 액션이다.

으응?

뭔가 반대 의견을 대야 대결이 되지? 후기가 너무 좋은 거다.

 

말도 안 돼!!!

신사의 전형 콜린 퍼스가 무슨 액션?

그러나~ 영국 신사 + 액션 + 영국 발음 = b급 액션을 고급스럽게 끌어올렸다.

 

 

 

자, 여자의 무기인 하이힐을 넘어서 칼을 신고 다니는 액션 트리오 중 1인,

발렌타인으로 분한 사무엘 잭슨의 오른팔? 가젤..

오모시로이...

차돌같은 액션을 보여준 듯하다.

대다나다~

 

 

 

무엇보다 첩보 영화라면

비밀스러우면서 결정적일 때 목숨을 살리는 무기가 빠질 수 없지.

이걸 보는 주인공의 엄마미소~

 

 

내 마음속 순위라면,

1. 콜린 퍼스

2. 멀린(이 아저씨 완전 맘에 든다~)

3. 에그시

4. 란셀론

5. 가젤

 

 

키만 좀더 컸으면 더 대성할 듯~

 

 

 

메튜 본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를 참고하여 탄생한

교회 몰살씬.

전혀 상상을 못했던 광기를 드러낸 콜린 퍼스의 액션씬 중 일부이다.

 

 

 

주인공 삼자대면

 

 

 

 

역시... 세월도 점잖고 멋지게 보내버리는 배우~

 

 

우왕~~ 이거 안 보면 어쩔 뻔 했어. 다시 한번 두근두근...

 

 

^^;;

 

 

 

처음엔 다른 영화 보려고 했는데, 리뷰 찾아보다 보니 평점이 이게 너무 높은 거다. 결정!

이건 꼭 봐야 해,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첩보물이잖아.

화려하고 기발한 무기들이 잔뜩 나올 거고, 거기다 우아한 영국신사들의 액션이 펼쳐진다니,

하악하악;; 안 볼 수가 없는 거지.

 

사실, 보기 전엔 콜리 퍼스가 평소 애정하는 배우라도 액션 배우는 아니잖아?

좀 어설플라나? 우려했지만, 오~ 노~

 

 

처음 타이틀 시퀀스부터가 맘에 들었다. 물론 오로지 비전문가 관객의 입장에서,

오프닝부터 웃음 + 잔인한 액션에 손으로 눈 가리기 + 움찔거리기 + 가끔 나도 모르게 나오는 비명은

조금 예민한 나에겐 필수!

(하긴 내가 좀 뜬금없이 웃음이 터지긴 한다)

 

너무도 화끈하고, 뻥뻥 울려대는 BGM이나 특수효과나 시원하게 화면을 꽉찬 장관들이나, 간간히 터지는 유머나 다 맘에 들었다.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머릿 속도 좀 비워내고..

영국식 발음이라 조금더 귀에 들리는 구절도 많았고.. 흐흐

 

 

그러나 조금 어이없다면 어이없달까? 아니 좀 우려된달까?

사람의 목숨이 너무도 하찮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

살인과 폭력이 미화되고 잔인한 장면이 여과 없이 보여지는 점,

부자와 권력 있는 자들은 대부분 '자신과 같은 사람들만 살아남을 가치가 있다'라고 여길 거라는 점?

분명 그들 속에도 그렇게 말고 제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게다가 사람들의 머리가 폭죽 터지듯 펑펑 터져대고 몸을 칼로 갈라버리는 잔인한 장면이

제법 나온다는 점.

단순한 오락 영화니까, 보는 한 때 즐겁고 재밌으면 되지 하는 생각 와중에,

이런 장면과 이 안에 녹아든 한 쪽으로 치중된 메시지에서

혹여나 어른들 눈에는 어리게 보일지 모르는 세대,

아직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세대들 중 일부가

'아, 폭력은 저렇게 쓴다면 정당화 되는 구나, 부자와 권력자들은 다 나쁘구나, 사람의 목숨은 게임의 가상현실에서처럼 쉽게 앗아가도 되는 구나'? 라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주면 어쩌지 싶기도 했다.

 

 

아무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제법 잔인한 19금에 B급 액션이라지만, 화려하고 구성진 액션으로

고급스러움이 곳곳에 묻어났고 재미도 플러스 되니 화제가 될만한 영화인 듯하다.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

 

좀 읽은지 된 작품인데, 문득 생각나서 기록으로 남겨본다.

 

한창 책에 빠져 이것저것 읽어댈 때 접한 책이라, 줄거리들과 등장인물들이 섞여버려서 제목과 작가와 줄거리를 매치하는데 고통이 좀 따랐다.

 

나날이 늘어가는 건망증에,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한번쯤은 머릿속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이렇게 몇 자씩 끄적여 본다.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 중 선두 그룹에 속해 있는 이사카 코타로.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번이나 후보로 선정되고, 최초로 일본 서점 대상에 5년 연속 후보로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신선한 소재와 구성,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꽤나 흡입력이 있어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라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마왕'이지만, 좀더 재미있게 본건 '사신 치바'. 아무래도 일본 극우주의와 파시즘이라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풀어나간 '마왕' 보다야, 좀더 인간의 평범한 삶에 가까운 일상을 그린 '사신 치바'인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마왕' 역시 무거운 주제를 초능력이 있는 형제들이라는 설정으로 풀어나가 제법 흥미로웠다.

 

아무튼, 그의 작품 중 무려 여덟편이나 영화화됐으며, 다섯작품은 만화로, 그외 다수가 연극, TV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니 꼭 찾아봐야겠다.

 

 

 

<사신 치바>

 

치바의 직업은 사신.

자신에게 지정된 인간을 7일 정도 따라다니며 관찰하다가 그들의 생과 사를 결정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게 바로 그와 같은 사신들의 업무.

 

다른 사신들이 그렇듯, 치바는 사신으로서의 업무에만 충실할 뿐, 인간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을 동정하지도 않고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감정을 가지지 않은 사신인 그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슬퍼하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걸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치바가 유독 관심 있는 게 있었으니,  의외로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다.

 

치바가 근무하는 날은 유독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서 '치바는 비를 몰고 다닌다'는 말까지 돌 정도이다. 아무튼 그런 그가 담당하는 사람들과 엮이고 그들의 생활에 관여를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신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암울하고 괴기스러운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치바라는 무심하면서 독특한 캐릭터와 사신과 접촉하면 기절한다든지, 수명이 단축된다든지 하는 기발한 설정과 깔끔한 문체가 더해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치바와 비슷한 업종이 있다. 다만 그들은 저승사자로 불리우면서 검은 옷에, 검은 모자에, 입술도 퍼렇다못해 검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고, 무척이나 무뚝뚝하여 결코 살아 있는 인간들과는 섞일 수 없는 존재인데 비해 사신 치바는 다소 엉뚱하면서 외모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 어떤 사람으로도 변신 가능하여 심지어 우리와 섞여서 살아간다.

 

7일 뒤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아니 살 수 있을까?

사신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7일 뒤 죽을 혹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될 다른 사람 곁에서 보낸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요즘같이 주변에서 죽음을 조금씩 접하고 있는 때에 사신 치바가 생각나게 된다.

 

물론 어릴 적부터 종교를 믿는 터라, 사신이라는 존재는 극구 부인하는 편이지만 뭐 허구 속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생각하고 어쩌다 한 번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창밖을 보면서

'아, 오늘은 사신 치바가 일하고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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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 미야자키 하야오 사단이 제작한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 1991년 당시 자국 영화 흥행 1.
- 일본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내는 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는 다카하다 이사오는 이 작품에서 역시 1960년대 일본의 생활과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매니아층이 굉장히 넓게 형성되어 있고, 다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 또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들이 속한 일본 문화에 대해 광적이지도 않고, 전반적으로 호감을 갖고 있지 않은 나 또한 그들의 이름 하나만으로 그들의 작품을 아무 거부감 없이 보는 게 현실이다.

 

 

도대체 그들의 작품엔 뭐가 들어 있길래, 그 작품을 통해 우리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길래.

우리는 그렇게 열광하는가?

 

메말라버린 감수성을 되살리고 싶은 맘에 선택한 추억은 방울방울은 큰 굴곡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는 배경그림과 캐릭터들의 표정과 행동 묘사, 그리고 조용하지만 힘 있게 흐르는 농민의 음악을 주포인트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보기 시작해서 든 생각은 뭐야, 귀농과 과거에 허우적대는 여주인공의 추억 여행이 소재야? 다소 지루하겠군.’이었다.

주로 박진감 넘치고 강렬한 장면으로 구성된 작품을 선호하는 나는 중간까지도 그저 심드렁했다.

완전 전원 일기군…’

 

그러나 농촌의 배경그림은 마치 우리 나라 시골을 보는 듯한 정겨움을 불러 일으키기에 부족하지 않았고, 더욱이 실사와 같은 묘사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낮과 밤의 자연광에 의한 그림자, 새벽녘의 자욱한 농촌의 아침, 일몰, 비오는 날 고인 웅덩이를 지나는 차 바퀴의 움직임과 튀는 웅덩이물, 달리는 차 창으로 스치듯 방울지는 빗방울하며, 커브 트는 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마치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치 않은 정밀화를 보는 듯 하다.

또한 각 인물들의 동작과 표정도 자연스러우며, 생생하게 살아 있고 웃음을 잃지 않는다.

 

간혹 여주인공인 타에코가 가지는 무조건적인 농촌에 대한 향수는 의아했고, 그녀의 기억 저편의 초등학교 5학년인 타에코가 느끼는 소소한 일상이 이 작품 전반에 흐르는 건 좀 미약하지는 않나 싶었다. 특히 타에코 아버지의 무덤덤함, 손찌검 등 가정의 분위기는 내게는 다소 생소했다.

그건 아마도 문화의 차이겠지

내 어릴 적을 생각해 보면 집 안에서 가족간에 오고간 많은 대화들, 가족간의 관심과 애정 표현, 가볍지 않은 따뜻한 아버지 격려와 충고와 사랑의 표현들이 떠오른다.

 

평범한 스토리와 구성,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던 건, 우리 나라에서 집으로가 흥행에 대 성공한 것과 비슷한 경우가 아닌가 싶다

우리의 순수성과 감성을 나도 모르게 끌어올렸다 내려놓은 것처럼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동경의 대상인 고향, 시골, 농촌과 기억 저편에 있는 어린 시절의 동심, 그리운 친구들이 모든 것이 다 이 작품 안에 정겹고 아름답게 살아 있다.

 

또한 산업발달이 급속화 되면서 일본에서도 문제지만 한국 역시 심각해진 비인간화, 농업 현실, 농촌의 인구 감소, 고령화 등을 어린 시절의 주인공과 현실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무겁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뤘다.

 

끝으로 한 때,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심취했던 내 관점에서 이와 비슷한 내용을 즐기고 싶다면 노다메 칸타빌라와 주식회사 천재패밀리로 유명한 니노미야 토모코의 그린GREEN’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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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소녀  (0) 2007.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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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다보니 읽었던 걸 또 고르고, 또 사고 그러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바로 지난 주 읽었던 책도 기억 안 나고 해서 간단한 도서 리뷰로 남겨보자고 일단 결심은 했는데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내 눈에 뜨인 것은 행운이다 싶었던.

 

들어본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작가. 하타 타케히코.

(하긴 내가 아는 일본인 작가가 몇이나 되기에 들어본 적 있고 없고를 따지겠는가)

 

극작가, 소설가,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작가인 것 같고,

처음 읽은 그의 작품 언페어의 신선한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간만에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선지

'아, 뭔가 극작가의 작품은 일반 작가들과는 다른 걸까나'하는 생각도 가져보고.

 

이 외에도 재미있는 작품을 더 썼을 것 같아서 찾아봤지만, 언페어와 유키히라의 살인보고서 정도밖에는 찾지 못해서 무척 아쉽다.

그는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 시리즈인 언페어와 살인보고서 외에 다양한 각본을 썼는데, 내가 접할 수 있는 작품엔 한계가 있고 해서.

우선은 급한대로 일본에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언페어(원작 추리소설)을 구해서 한편씩 보고 있는데, 아~이런. 원작보다 120%는 부족하다.

 

원본의 감동을 무참히 밟아버리다니, 어쩜 이렇게 전혀 몰입이 안 되게 만들었을 수가 있니? 

 

평소 쿨하고 냉정한 독설가로 남자들 소굴인 강력반에서 검거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살인자를 검거하기 위해 실제로 범인을 사살한 경험이 2번이나 있는 그래서 대중에게는 비난을 받거나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하지만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정말로 쿨한

그러나 가정에는 특히 딸한테는 소극적이며, 본인이 사살한 범인에 대한 원초적인 죄책감이랄까. 그로 인해선지 잠을 못 이루는 겉으로만 강하고 안으로는 여리고 부드러운 면을 가진 멋진 그녀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더라.

 

책 표지에 그려진 유키히라는 대박 미녀이지만, 아, 일드에서 나온 그녀는 어쩐지 매치가 잘 안 돼.

(시노하라 료코 미안)

 

뭐~ 그래도 끝까지 볼 거지만하고 다짐했지만, 결국 언페어 2편 보는 중에 포기.

 

 


 

 

 

언페어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작품의 전개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살인자와 관계자들과  여형사 유키히라, 그 파트너인 안도형사의 다양한 시점과 시각에서 접근하여 지루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풀어내서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범인이 출판사들과 경찰에 보낸 앞으로 자행할 살인이 적힌 추리소설을 경매에 붙여 거액에 낙찰하지 않으면 살인을 하겠다는 엄포를 놓는다.

 

도덕적인 부분과 여론의 비난을 의식하여 눈치 보기에 바쁜 출판사. 그 와중엔 이익을 위해 결국엔 입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곳도 있고...

 

아무튼, 한번 쥐면 손에 놓을 수 없는.

 

 

 

 

 

굉장히 특이하고 대단한 사건을 유키히라만의 마술같은 수사법으로 술술 풀어나가는 전개는 결코 아니다.

유아 유괴사건과 맞물린 소녀들 연쇄 사건까지. 이런 장르에 간혹 보이는 소재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추리의 대가도 아니고, 단지 의욕이 있고 직분에 충실한 오로지 수사에만 매달리는 유키히라라는 여형사의 수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만 전개되는 이야기이지만,

이 역시 특별히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다.

 

 

아마도 이 두 책을 읽기 시작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 작가의 작품을 더 보고 싶은 아쉬움에 허탈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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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눈물이 많은 사람이다
슬플 때도 울고, 화날 때도 울고.. 억울할 때도 울먹인다..
하물며, 애까지 딸린 엄마가 심한 몸살 감기에 아프다고 훌쩍이기도 한다 ㅠ.ㅠ;;(아.. 부끄럽다)

그래서
'난 제때 할말도 못하고 특히나 말싸움이 생겼을 때는, 울먹울먹 바보처럼 더더더 거리면서
내 의사 표현 하나 제대로 못하는 바보같은 사람이다'
라고 느낄 때가 너무도 많다

어릴 적부터, 똑순이, 악발이, 당차다 는 말을 듣는 아이들이 부러웠고,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만은 굴뚝 같았지만
내 천성이 그러하지 못한 걸 어쩌랴..

그냥  그렇게.. 약하고 조금은 모자란 나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살게 되더라

그런데, 이 주책스러운 눈물을 내 의지로 도저히 감당못할 일이 있었다. 그제, 어제 그리고 오늘..
얼마나 얼마나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던지.. 울다 지쳐 목이 말라 물까지 마셔가며...
딸애가 어린이집에 가서 이런 엄마를 안 본게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이유인즉슨.... 책 한권이다...

시골외과 의사인 박경철씨가 의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모은 책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지금은 그 후편이 나왔던데, 난 이제야 1편을 읽고 울고불고 뒷북이다

 

요즘 들어 아니 요 몇 년간, 이런 책은 제대로 한권을 읽은 적이 없을 정도로...
글과, 책과 멀어진 나...
그러나 이틀만에 거의 끝을 달리고 있는 이 책의 정체는...

삶, 내가 모르는 이웃들의 처절한 삶이다

치매에 걸려 사랑하는 손자를 곰국으로 만들어 버린 할머니 이야기..
복벽결손으로(내장이 밖으로 죄다 나와 있는 상황) 죽어간 신생아 곁으로 가서 외로움을 달래주겠다던 유서를 남기고 떠나버린 모정...
미감아(나병환자들의 자녀를 일컬음) 출신으로 세상의 편견과 멸시에 당당히 맞섰던 진우씨의 슬픈 사연...
고등학생의 몸으로 6.25에 학도병으로 징집돼서 몸도 마음도 무너져버린 할아버지,
그저 위험에 처한 국가를 위해 국가에서 내린 명령으로 전쟁터에서 온몸에 총검의 상흔을 남기고 둔부의 대부분이 날아갔지만,누구에게서도 고맙다는 말한마디, 보상 한번 제대로 못 받고 죽지 못해 살고 있던 그 할아버지의 한마디..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졌읍니껴?내가 무슨 큰 죄인입니껴?"

 

콧물 눈물 휴지로 훔치다 보니 눈은 충혈됐고, 목은 잠겨 버리고... 휴지는 어느새 1두루마리가 다 풀려버리고..
가깝지 않은 주변에서의 몇몇 죽음, 특히나 자살을 보면서...
절대 절대로 공감할 수 없었고, 그렇게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만 생각하던 나...

물론 지금도 목숨 줄을 놓는 것보다 어떤 고통이든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절망을 겪어보지도 않은 자의 세치 혓바닥으로 그들 앞에서 삶과 죽음을 감히 이야기하기 송구스럽다고 한 작가의 말처럼,
비수처럼 그의 가슴에 파고드는 유서를 남기고 가야하는 그들의 간절함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하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절망적이어도 죽기보다는 살아서 꿈이라도 꾸어보는 게 더 나은 거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고...
그동안 나만 엄청나게 힘든 일들을 겪고 있다는 생각에
나를 짓누르는 세상의 무게에 엄살 아닌 엄살을 피우면서 살았었는데....

나와 함께하는 이웃들의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무거운 삶과 애통함, 처절함을 느끼면서 너무도 안타까웠지만,
정말로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게 되더라...

더 넓고 큰 집에 멋진 부엌을 가지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고급스러운 치장을 하고,
내 아이가 최고의 대학을 가기를 바라는 삶보다...
아픔을 가진 누군가의 동행이 되어 드릴 수 있는 삶,

세상을 향해... 삶을 향해...
나는 정말로 사람답게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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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선택 이유는 오로지... 리암니슨과 네티즌평점 때문..

오래 전... Satisfaction에서 처음 본 리암니슨때문에 밤잠을 설쳤던 기억, 쉰들러리스트에서의 감동....
이번 taken이라는 액션물에서는 좀 의아했지만, 네티즌 평점이 제법 높아서 당첨~

사실 누군가에게 들은 "그 영화 무지무지 재밌다며~?"에 기대가 컸는데, 음.. 뭐랄까 아주아주 재밌지는 않아도 꽤 기분 좋게 재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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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딸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이다보니, 세븐데이즈도 그렇고 이번 테이큰도 그렇고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소재.

아이의 납치, 더구나 17세 된 딸아이의 인신매매...
무거운 소재, 간단한 스토리, 1인 영웅에 의한 권선징악이라는 당연한 결과, ㅎㅎㅎ;;

살짝 기대했던 반전도 없고, 초반부 나왔던 CIA 옛 동료들의 조력으로 인한 화려한 장면도 없었던, 납치당한 딸을 찾기 위해 혼자 활약을 펼치는 리암니슨의 평이하고 무난한 이야기.

뭐.. 그는 누구의 조력도 필요없는 프로여서 그랬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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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영화를 가볍게 하는 코믹한 장면이 거의 없어서 좋았고,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는 장면 없이 러닝타임 90분도 맘에 들더라
(딱 한 장면, 리암니슨이 파리에서 옛동료의 명령으로 미행하던 요원을 따돌리면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던 모습, 그 요원의 입에서 흘러나온  '에구'(자막)..에선 다들 웃음이... 그래봤자 조조라 우리 관에선 13명이 봤지만서도..)

작년에 봤던 모성애를 보여주는 '세븐데이즈'와 이번 '테이큰'에서 리암니슨이 보여준 부성애를 같은 맥락으로 보는 평도 간혹 있지만,  두 영화 사이에는 뭐랄까 유괴, 납치, 부성애, 모성애 등의 소재에 관해서는 다소 비슷하긴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과 등장인물의 특성 등... 전반으로 전혀 다른 매력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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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장에서 은퇴한 전 비밀요원을 연기하는 리암니슨, 아마 이번 영화에서 혼자서 30~40명은 족히 처리한 걸로 보여지는데,
주윤발식의 빗발치는 총알속에서 이쑤시개 씹어가며 간지 잡지는 않았지만 악인들은 그의 주먹과 총탄 앞에서 하나둘씩 쓰러져 갔고,
브루스 윌리스처럼 웃음 섞인 액션이 아니었지만, 지루해 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었던, 조금은 사실적(?)인(하긴 이런 게 사실적일 리가 없지)

다만 침착하고 단호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절제된 행동으로 옮기고, 필요에 따라 많은 인명피해, 건물폭파 등은 어쩔 수없이 발생하고야 마는..

그동안 많은 블록버스터에서 너무나 과장(?)되었던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그의 액션이 맘에 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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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어린아이들이 유괴되고, 살해되는 악랄한 범죄의 진상이 떠오르는 요즘, 납치에 인신매매는 자주 등장하는 소재라 신선하지는 않지만, 그가 납치에, 인신매매에, 마약을 일삼는 악인들을 차례차례 처단할 때마다 내가 느끼는 카타르시스...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의 일부는 날아간 듯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 낯익은 얼굴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예를 들면 킴의 엄마인 그녀.. 엑스맨의 진~, 킴의 양부 역시 많은 영화 뿐 아니라, CSI에서도 볼 수 있었던, 리암니슨의 전직 동료 셋 역시 한번쯤은 영화나 미드에서 접했을 얼굴들... 그리고... 킴과 함께 여행을 떠난 아만다.. 혹시 슈퍼내츄럴의 루비가 아니었던가? 암튼... 덕분에 영화가 더욱 정겨웠다는~)

;; 그나저나 이런 영화를 보는 자녀들이 부모 천하무적이라서 자신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했다해고 다 해결해준다고 믿는 건 좋은 걸까?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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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면서 딸 키우기가 더 무서워졌다
아무튼 모르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의 과잉 친절은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하며,  신상명세를 아무한테 말하는 것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것, 뭐 사실 아는 사람도 덜커덕 믿을 수 없지 않은 가..

그리고 국내건 해외건 이제는 혼자 '고독을 씹으면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에 노출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

파이란의 각본, 연애 그 참을수 없는 가벼움의 연출,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장군의 아들의 그...가 맞던가? 감독 김해곤
연기, 각본 그리고 연출까지.. 다재 다능한 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은근히 기대를 하고 보긴 했다. 더구나 얼마 전 모 드라마에서 예전의 뽐생뽐사 그대로를 보여준 권상우를 스크린에서 보고자 선택한 공짜 영화~

역시.. 공짜는 좋더라.. 더구나 브런치라고 핫도그에 마가린 가득 넣었을 것 같은 번들거리는 초코칩머핀에, 음료수에 팝콘까지.. ^^;;

사실.. 이런 한국판 느와르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뭐 홍콩느와르도 좋아하지 않았으니... 다소 지루하고 억지스러운 면이 있으리라.. 게다가 러닝타임을 모르고 보기 시작했더니.. 중반부 이후부터는 어찌나 하품을 동반한 몸뒤틀림이 오던지;;

솔직히 2시간 넘게 끌 줄거리는 아니지 않나?
(뭐 하긴 2시간 넘도록 때리고 깨부수고, 차고, 찌르고 비틀고.. ㅠ.ㅠ;; 아.. 난 왜 이렇게 정신 건강에 안 좋은 영화만 보는 거지?)

주인공을 보면, 권상우, 지성, 송승헌... 완벽한 한류 스타들의 집합으로 일본과 대만, 중국 팬들을 의식한 영화 같았다

뭐 굳이 따진자면 예전 엄청나게 쏟아지던 일부 질 낮은 홍콩 영화에 비하면야 그리 나쁘진 않더라만, 그리고 나만이 우기는 뻔한 반전도 있었다... 주인공 생존 법칙에 의하면 너희 둘은 주인공이 아닌 거야?ㅎㅎ;;

하지만, 내 돈 내고 보라고 한다면? oh~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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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권상우, 송승헌에 대한 팬들의 '옛정' 때문에 어느 정도의 관객은 몰리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좋아하는 배우는 배우고, 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무비판적인 애정을 보내는 것 또한 어쩔수 없지만...

영화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 감상으로 봐주시길...
이 땅의 영화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아자~ 후덜덜;;;
(아.. 나도 권상우와 지성 좋아한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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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정, 즉 4인의 우정과 의리.. 그리고 조직에 대한 충성 및 배신이 주를 이룬 줄거리.
친구와 선배에 대한 의리로 포장됐지만, 결국 돈 때문에 일어난 폭력 조직 안에서 일어난 동료들 간의 싸움 아닌가?

친구에서 시작된 폭력 조직에 대한 미화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유명 배우를 내세우면 그런 식상한 줄거리가 아직도 관객들에게 먹힐 거라 의도한 걸까?
많은 찝찝함이 남고 그 억지스러운 스토리에 보는 내내 지루함과 답답함으로 연신 목을 축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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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나는 권군의 이런 간지를 예상하고 보았지만, 역시나.... 한류 3인의 포스는 어딜가고,  내 기대는 저 땅끝으로..;;;

한류 3인을 이용했다면 그들의 매력을 120% 끌어내야 함에도 감독은 정녕 권군을 코믹화 함으로 그의 비중을 가볍게 하려 했음이더냐?

권군은 가볍고 저속하며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야비한 캐릭터로.. 게다가 그의 중얼중얼 못알아듣는 혀짧은 대사처리는 여전하고..
(같이 간 신랑이 보는 내내 권군의 대사를 물어봤고, 나도 추측하고 넘어간 게 한 두 군데가 아니었으니..)

송군은 처음부터 끝까지 넘 진지해서 지루하고 어두워 오히려 존재감이 떨어졌고, 지성은 왠지 극과는 어울리지 못한 동떨어진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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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안 열면 멜로에, 액션에, 폭력에.. 뭐든지 다 최고가 될 수 있는 간지 좔좔 그....
그러나...  그가 입을 열면 바로 코믹으로 바뀌는 상황... '쎄쎄쎄, 자근자근'이 대표적;;;

이번 영화가 분명 비장하면서 무거운 느와르를 표방했음에도, 보는 짬짬이 관객들의 폭소를 이끌어 냈던 권군...
(보는 중간중간 크게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손으로 입을 막고 보니 옆에 온 연인도 웃느라 정신 없더라;;; 헐)

영화가 끝난 뒤, 조직폭력배 내부의 배신을 소재로 한, 무거운 영화를 본 건지 코믹 영화를 본 건지 헷갈리더라

특히나.. 못알아 듣게되는 그의 대사가 늘어갈 수록 집중도도 떨어지고... 눈은 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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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나는 건 권군의 주옥 같은 명대사...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 만의 목소리와 발음으로....

18넘~, 사회에서나 모범적으로 살것이지.
츄리닝 입지 말랬지? 츄리닝 입지 말랬지? 니가 베컴이야? ..... 츄리닝입지말라니까 등산복입구와?
자근자근(잘근잘근이랬나?) 씹어 죽여버릴테니까
깜짝이야.. 이런 18x 내가 담배를 물었지 폈냐?
너 못배운 새끼! 이라와!
아주 기량만개했네..

난 이 영화에서 코믹연기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권군의 재능을 보았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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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쁘다. 평범하네.. 라고 생각하고보면 오산.  무척이나 이쁜 그녀..
목소리는 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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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관객을 의식한 요런 컷들...
자글자글한 권군의 눈가 주름... 그것까지 매력인가?

그러나 예상외로 이 영화에서 혹시나 더 있을 그의 진정한 매력을 보여주기보다, 대사 전달이 불분명한 권군에게 영화 내내 시끄럽게 고함치게 하고, 욕설로 도배하게 한 누군가나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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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회상 부분에서의 친구 4인...

음.. 역시 끝까지 살아남는 주인공이 누구인지 은연중에 암시를 하고 있더라;; 나만의 생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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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날아서 벌처럼 후려치는 송군, 그리 쓸데 없어 보이는 멋내기에 치중한 몇몇 장면들 중 하나일뿐...

액션 연습은 많이 했나보다.. 아주 날아다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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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작비는 제법 들었겠더라는.. 쩝;;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한성별곡에서 발견하게 된 배우 안내상의 매력을 스크린에서 재확인하고자 했음에.. 실패했다는  거...

아차차... 근데 안내상이 숨겨놨던 돈의 자세한 지출 내역을 알고 싶었는데... 쩝;;

안그래도 요즘... 연속 홈런과 안타를 친다 했다, 한국영화..
세븐데이즈에 뜨거운것이 좋아에 추격자에... 결국 숙명, 여기서 딱 병살타를 날린 거지..

뭐 나만 이렇게 재미 없었을 수도 있지만, 같이 본 관객들의 반응 또한 비슷했으므로....

잠깐이지만, 이 영화의 제목이 숙명보다 인연에 가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봤다.
아무리 영화 중간중간 흐르는 우민의 나레이션이 이 영화는 4친구들 간의 숙명에 관한 이야기라고 우겨보지만, 내겐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저 그들의 질긴 인연에 얽힌 삶에 관한 낡고 식상한 이야기라고...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