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테로에서 크로와상 반죽에 우박설탕 끼얹어 구운

크로와상 타이야끼(일명 도미빵, 한국판 붕어빵)를 봤지 뭐에요.

 

바로 요거!

성은양이 들고 있던!

 

한 입 씹으면 파삭~하면서 설탕코팅 입은 여러 층의 결이 느껴지는 식감이

소리만으로도 그대로 전해졌지만, 참을 수 있었어요.

 

저거 먹겠다고 사러 갈 수도 없고, 붕어가 아니고 도미라 그른가? 몸값이 꽤나 비싸더라구요.

파리 다녀온 붕어빵 녀석도 비싸구요;;

 

저건 맛들이면 안 되는 아이템이야! 홍차처럼 기둥뿌리 뽑힐 수도 있잖아? 내겐 레벨이 너무 높아!

그랬는데..

그런데 하필 엊그제 아침 방송에 또 나오대요? 왜들 그러세요?

보면 또 먹고 싶은게 사람 맘이잖아요? 남들 다 먹는다면 또 따라 먹고 싶은 게 대중 심리잖아요?

 

 

그때 어느 입인가가 그러대요?

 

한번 만들어보지?

 

....뭐라고요?

 

 

끙..... 오전 내 고민하다 까짓거

똑같이는 못 만들어도 껍데기만이라도 비슷하게 만들면 되지 싶지 뭐에요?

 

 

내가 뭐 크로와상 반죽 만들기 귀찮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쵸?

> 크로와상 반죽이면 제빵기 있어야죠~ (울집에 있긴 하지만요.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왜냐? 내손목은 소중하니까!!!

> 크로와상 반죽 아시죠? 반죽 양 만큼 버터가 덩어리째 들어간다는 거;;

   그니까, 웰빙 아시죠? 다 건강 생각해서 그런 거에요.... 쿨럭;;

 

암튼, 가능하면 손 적고 간단하면 스트레스 안 받고 서로 좋잖아요?

그래서 후다닥 동네 수퍼로 달려갔어요.

 

사온 건 찹쌀호떡믹스 달랑 한 박스!!!

커피 우유 하나!(이건 커피 대신 간식할라구요)

 

 

자, 우리 쉽게 가볼까요? 만들어 봅니다.

 

재료 : 호떡믹스 1, 케인 슈가(울 집엔 우박설탕 이딴 거 안 키워요), 구우면서 바를 녹인 버터

 

1. 호떡믹스 뒷면에 적힌 대로, 따뜻한 물 180ml에 이스트를 넣고 잘 섞어둔다.

   (저렇게 하면 반죽이 좀 질어요. 반죽이 질면 그만큼 더 연하긴 한데, 주판알 굴려보니,

    식감을 좀 포기하고, 만들기 편한 쪽으로 선택해요. 세상사가 다 그런 거 아니겠어요? ㅎㅎㅎ

    주물럭대고 만드는 건 나니까요)

 

   저는 물의 양을 아주 조금만 줄였어요. 많이 줄이면 반죽이 퍽퍽해져요.

 

 

이게 반죽 위에 우박설탕이나 각설탕 대신 뿌려줄 케인 설탕인데, 전에 사둔 거에요.

비정제 유기농 설탕인데 입자가 일반 설탕보다 확실히 크고, 구워 놓고 보니 

덜 녹고 씹히는 식감도 괜찮더라구요.

 

 

2. 이스트 섞은 물에 호떡믹스 넣고 주걱으로 5-10분 치대라는데, 전 대충 몇 분만 치댔어요.

 

 

3. 반죽을 구울 팬 크기를 생각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고, 버터도 녹여 놓고,

    속에 넣을 설탕도 한 쪽에 준비합니다.

 

 

4. 반죽을 펴고 가운데를 오므리고 속에 넣을 설탕을 가운데 얹고 가장자리 반죽으로 잘 오무려

    동그랗게 만든 뒤, 살살 펴서 납작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위에 녹인 버터를 발라둡니다.

 

 

5. 와플팬 바닥에 녹인 버터를 바르고 뚜껑을 닫고 굽기 시작하되, 반죽 위엔 이미

   버터를 발라 뒀습니다.

 

 

조금 굽다가 케인 슈가를 홈마다 넣어봤어요.

(골고루 넣어야 이쁘고 골고루 설탕 코팅이 입혀집니다.)

 

 

우선 홈이 파여야 설탕이 들어갈 자리가 생기니까요.

케인슈가가 거의 녹을 줄 알았는데, 외외로 안 녹아서 만족스러워요.

(굽다가 설탕 뿌려 계속 구워도 되고, 굽기 시작하고 바로 홈 파이면 설탕 뿌려 구워도

 결과물은 비슷하더라구요.)

 

6. 그런데 굽다보면 속에 넣은 설탕이 새서 옆으로 줄줄 흘러나오거든요

    그냥 놔두고 계속 다음 반죽 구우면 캬라멜처럼 됐다가 나중에는 꺼멓게 타버려서 탄내나요.

 

 

그럴 때, 버터 바른 실리콘 붓으로 반죽 위에 발라주면 색이 더 이쁘게 나고, 설탕 코팅도 더 잘 돼요

 

 

짜잔~~~

어떤가요? 윤기가 반닥반닥하네요.

 

 

비록 반죽은 크로와상이 아니지만, 겉 코팅은 비슷해요.

식감도 파삭은 아니고 바삭정도는 되구요.

 

 

한개 시식한 아이들이 굽자마자 계속 달라고 하는 바람에 다 구웠을 때는 달랑 3개 남았어요.

 

 

반죽은 총 11개 나오게 나눠서 구웠구요.

 

 

잘라보면 가볍게 찢어지는 건 아니에요.

박력분에 베이킹파우더 넣어 만든 가벼운 미국식와플의 질감이 아니구요,

리에쥬와플처럼 벨기에와플스러운 질감인데, 좀더 질기고 단단한 과자스럽다고 할까?

 

 

다 식고나면 많이 묻어나지는 않아요

 

 

두꺼운 부분은 요런 자태

 

 

아, 주의할 점은요.

설탕 녹은 덩어리가 캬라멜화를 지나 숯검댕이화 될 때를 주의해야 하는데요.

이 부분이 반죽에 묻어 열이 계속 가해지면 탄내도 나고 반죽도 같이 타겠죠?

 

 

이렇게요;;

 

그리고 뚜껑을 열고 닫으며, 팬을 뒤집으면서 굽다보니 이 부분이 와플팬 밖으로 흐르는데요

가스불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경우 불꽃도 생기니까 조심해야 해요.

 

(생기는 검댕이들은 제거하면서 구워주면 되겠습니다요.)

 

 

 

녹은 설탕은 반죽을 코팅해서 바삭한 식감을 내게하고, 덜 녹은 건 씹히는 맛을 내줘서 

울집에선 인기 끌었어요.

맛은 호떡믹스니까 당연히 계피+설탕맛(=호떡맛) 나겠죠~

 

벨기에 와플은 반죽하기 귀찮은데, 호떡 믹스로 이렇게 만드니까 괜찮네요.

더구나 저처럼 속에 넣는 설탕을 많이 넣고는 질질 새게밖에 못 만드는 경우,

이렇게 겉에 설탕 코팅 입히면 단맛이 딱 좋아요.

우유와 함께 하면 더욱 든든하구요.

 

 

 

예전에 도쿄 갔을 때 긴자에 유명한 와플집 마네킨이 그렇게 맛있다는 얘기를 듣고

일정에 넣어서 먹고, 사서 오려고 별렀거든요.

그런데 이리저리 관광하고 쇼핑하고 찾아가보니, 문 닫고 있는 중인데다가 그나마도

남아 있는 와플이 없는 거에요. 다 품!절!

다음날 한국으로 떠나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아쉬운 김에 돈티호테에서 포장된 와플을 사왔었는데 딱 한 개.

(아마 기억에 상표에 마네킨이라고 돼 있어서 혹시 대중화 목적으로 돈키호테에 납품? 뭐 이러면서요)

기대도 않앗다가 먹어보고 놀랐었어요.

어머? 이런 맛이.

저렴한 가격임에도 퍽퍽하지만 뭔가 씹히면서(그게 설탕 덩어리였나?) 매력적이라 나름 감동했었는데,

그 역시 맛 없을까봐 딱 한개 사먹은 게 안타까웠었네요.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