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영화, 추격자
그렇게 탄탄한 시나리오와 짜임새 있는 구성에 더해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함께 받는 많은 찬사와.. 뭐 혹평도 있는..
궁금했다. 결국 나보다 더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남편의 배려로 알콩달콩한 화이트데이에 보게 됐다.
지난 번 발렌타인데이에도 피 튀는 영화 본 것 같은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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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무척 잔인하고 매장면마다 끔찍하다고 해서 사실은 겁을 많이 먹었었다.
예전에야 스릴러, 수사물, 호러, 공포 등의 장르를 거리낌 없이 넘나들었던 나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그런 거 심장이 콩닥거려서 보기 힘들다.. 거의 숨넘어가면서 보는 듯;;
그러면서도 왜 보냐면.. 그냥 웃을 수 밖에... 내 몸이 원하는 걸 어떡하라고....


줄거리야... 스포일러가 되므로 생략~
사실,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나 책 등... 의 줄거리를 미리 알게 되는 건, 김 빠진 사이다를 마신는 격이라~


잠깐 등장인물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을 얘기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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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김윤석이라는 배우는 잘 모를 뿐더러,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모 아침 드라마에서 뻔뻔한 바람남으로 나왔기에... 그렇게 싫었던 그의 인간 이하의 눈빛과 징글징글한 목소리가 보여주는 파렴치한 연기가 이 영화에선 빛이 나고 있었다. 마치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나 세븐데이즈의 박희순처럼 배역과 일체된 연기(아차 박희순은 주연이라기보다 조연이라고 봐야 하나?)
암튼... 배우 김윤석이 보여준 엄중호는 단발로 끝나버릴 단순한 코믹 캐릭터나 누구나 성공하는 입 거친 형사는 아닌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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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하정우. 이 배우에 대한 내 선호도는 높은 편.
히트에서 다시 보게 됐고, 사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몰랐을 때는 하정우가 범인을 쫓는 형사리라.. 고 지레짐작했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는... 그냉 살인의 추억에서의 박해일, H의 조승우 정도의 포스만이..
내 기대가 너무 컷었나보다


그리고 구성에 대해 역시 내 생각을 얘기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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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줄거리야 뻔하지 않은가? 비슷한 스토리의 영화, 드라마가 지금까지 넘치고 흘렀다.
나쁜놈, 잔인무도한 죽일놈의 연쇄 살인마 또는 고도의 지능을 가진 살인범이 있고, 그를 추격하는 형사 또는 강렬한 포스와 거친 입담을 가진 주인공이 있고, 슬그머니 여자 하나가 나오고... 나쁜놈이 이리저리 살인을 저지르고, 주인공이 엄청난 고생 끝에 결국 잡아낸다...
여자는 나쁜 놈의 덫에 걸리거나 혹은 주인공의 조력자이거나...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거란 것도 관객들은 다 알고 있기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사람 놀래키는 음향이나 잔인한 장면을 넣는 등의 인위적 효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해서 식상함을 무마시키려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 영화 역시 그러리라.. 고 생각했지만 .... 뭔가 다르다

이 영화는 다 보고 나서도 찝찝함이 덜했다.
쓸데 없이 삽입된 장면이 없었고, 스토리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누락된 장면도 없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함이 있었다

신인감독의 데뷔작임에도 3년 넘게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탄탄한 스토리의 힘.
제대로 된 편집과 연출, 인기만을 내세운 캐스팅이기보다 연기력과 배우들의 조화가 우선된 캐스팅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서 신랑과 토론하면서 느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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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범인)의 정확한 범행 동기.. 그래서 뭐라는 건가?
굳이 '범행동기가 이거거든'하면서 알려주지 않아도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으니까, 더구나 영화가 관객들에게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러니까 그건 이래야 해'라고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만, 조금은 아쉽다.
어렸을 적 학대를 당해서? 성불구라서? 그냥 미쳐서? 태어날 때부터 살인충동을 억제할 수 없도록 태어나서?
그건 좀 명확했으면.. 하는 맘은 생기더라..

또, 하정우가 김윤석과 차사고후 경찰서에 끌려갔을 때.. 하정우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다 다시 죽였다고 실토하는데, 그건 하정우 내면엔 범행 사실을 자랑하고픈 마음과, 자수하고픈 마음 중 어느 부분이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은대..
좀더 범인의 심리묘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욕심도 생기더라

하긴, 그런 심리묘사까지 더해지면 2시간도 모자랐겠지?보는 동안 조금은 지루했는데, 이유는 화장실을 가고픈 간절한 마음과 아마도... 내가 허용하는 러닝타임의 한계가 1시간 30분이지 않을까?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도 1시간 20분이 넘기 시작하면 슬슬 몸이 꼬이는 건 어쩔 수 없다.. ㅠ.ㅠ;;

그나저나 그 슈퍼 아줌마 웬 주책이니....
음.. 그건 좀 오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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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반부의... 김윤석이 병원에 있는 아이를 보러 왔을 때,
병원 앞에서 "기자들 어디 갔어?"를 외치다가 피투성이의 광인같은 김윤석을 보고 보디가드와 쏜살같이 달아나는.... 그 장면... ;;

조조타임이라 20명 정도밖에 안 됐지만, 그 장면에서 대부분의 관객들이 박장대소를.. ㅎㅎㅎ... 압권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행인 듯 보이는 3~4명이 아줌마들의 영화평이 이어진다.
대충 내용은 "세상엔 미친놈들이 너무 많아" "그러게 말이야 조심해야 해" "그래 남자건 여자건 눈빛이 이상하면 조심해야 해"

그 대화를 듣고 드는 생각은....
'사기꾼이 나 사기꾼이요~하고 적고 다니나? 도둑이 나 도둑놈이요.. 하고 말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정말 무서운 건 겉보기엔 아무 이상 없고 평범한 아니 오히려 친절하고 다정하고 자상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 중에 소위 말하는 위험한 인물이 더 많아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구별 못한다는 거다'


암튼,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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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되는 요즘.. 그렇게 좋아하던 이런 장르의 영화 보기가 너무 괴롭다.
자꾸 하정후의 "안팔았어요~  죽였는데.. "가 떠올라 잠을 못이루니..

정말 나, 나이가 들었나보다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