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읽은지 된 작품인데, 문득 생각나서 기록으로 남겨본다.

 

한창 책에 빠져 이것저것 읽어댈 때 접한 책이라, 줄거리들과 등장인물들이 섞여버려서 제목과 작가와 줄거리를 매치하는데 고통이 좀 따랐다.

 

나날이 늘어가는 건망증에,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한번쯤은 머릿속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이렇게 몇 자씩 끄적여 본다.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 중 선두 그룹에 속해 있는 이사카 코타로.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번이나 후보로 선정되고, 최초로 일본 서점 대상에 5년 연속 후보로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신선한 소재와 구성,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꽤나 흡입력이 있어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라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마왕'이지만, 좀더 재미있게 본건 '사신 치바'. 아무래도 일본 극우주의와 파시즘이라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풀어나간 '마왕' 보다야, 좀더 인간의 평범한 삶에 가까운 일상을 그린 '사신 치바'인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마왕' 역시 무거운 주제를 초능력이 있는 형제들이라는 설정으로 풀어나가 제법 흥미로웠다.

 

아무튼, 그의 작품 중 무려 여덟편이나 영화화됐으며, 다섯작품은 만화로, 그외 다수가 연극, TV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니 꼭 찾아봐야겠다.

 

 

 

<사신 치바>

 

치바의 직업은 사신.

자신에게 지정된 인간을 7일 정도 따라다니며 관찰하다가 그들의 생과 사를 결정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게 바로 그와 같은 사신들의 업무.

 

다른 사신들이 그렇듯, 치바는 사신으로서의 업무에만 충실할 뿐, 인간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을 동정하지도 않고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감정을 가지지 않은 사신인 그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슬퍼하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걸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치바가 유독 관심 있는 게 있었으니,  의외로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다.

 

치바가 근무하는 날은 유독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서 '치바는 비를 몰고 다닌다'는 말까지 돌 정도이다. 아무튼 그런 그가 담당하는 사람들과 엮이고 그들의 생활에 관여를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신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암울하고 괴기스러운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치바라는 무심하면서 독특한 캐릭터와 사신과 접촉하면 기절한다든지, 수명이 단축된다든지 하는 기발한 설정과 깔끔한 문체가 더해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치바와 비슷한 업종이 있다. 다만 그들은 저승사자로 불리우면서 검은 옷에, 검은 모자에, 입술도 퍼렇다못해 검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고, 무척이나 무뚝뚝하여 결코 살아 있는 인간들과는 섞일 수 없는 존재인데 비해 사신 치바는 다소 엉뚱하면서 외모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 어떤 사람으로도 변신 가능하여 심지어 우리와 섞여서 살아간다.

 

7일 뒤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아니 살 수 있을까?

사신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7일 뒤 죽을 혹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될 다른 사람 곁에서 보낸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요즘같이 주변에서 죽음을 조금씩 접하고 있는 때에 사신 치바가 생각나게 된다.

 

물론 어릴 적부터 종교를 믿는 터라, 사신이라는 존재는 극구 부인하는 편이지만 뭐 허구 속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생각하고 어쩌다 한 번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창밖을 보면서

'아, 오늘은 사신 치바가 일하고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

책을 고르다보니 읽었던 걸 또 고르고, 또 사고 그러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바로 지난 주 읽었던 책도 기억 안 나고 해서 간단한 도서 리뷰로 남겨보자고 일단 결심은 했는데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내 눈에 뜨인 것은 행운이다 싶었던.

 

들어본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작가. 하타 타케히코.

(하긴 내가 아는 일본인 작가가 몇이나 되기에 들어본 적 있고 없고를 따지겠는가)

 

극작가, 소설가, 연출가,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작가인 것 같고,

처음 읽은 그의 작품 언페어의 신선한 이야기의 전개방식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간만에 매력적인 작품을 만나선지

'아, 뭔가 극작가의 작품은 일반 작가들과는 다른 걸까나'하는 생각도 가져보고.

 

이 외에도 재미있는 작품을 더 썼을 것 같아서 찾아봤지만, 언페어와 유키히라의 살인보고서 정도밖에는 찾지 못해서 무척 아쉽다.

그는 여형사 유키히라 나츠미 시리즈인 언페어와 살인보고서 외에 다양한 각본을 썼는데, 내가 접할 수 있는 작품엔 한계가 있고 해서.

우선은 급한대로 일본에서 제작되어 큰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 언페어(원작 추리소설)을 구해서 한편씩 보고 있는데, 아~이런. 원작보다 120%는 부족하다.

 

원본의 감동을 무참히 밟아버리다니, 어쩜 이렇게 전혀 몰입이 안 되게 만들었을 수가 있니? 

 

평소 쿨하고 냉정한 독설가로 남자들 소굴인 강력반에서 검거율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살인자를 검거하기 위해 실제로 범인을 사살한 경험이 2번이나 있는 그래서 대중에게는 비난을 받거나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도 하지만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정말로 쿨한

그러나 가정에는 특히 딸한테는 소극적이며, 본인이 사살한 범인에 대한 원초적인 죄책감이랄까. 그로 인해선지 잠을 못 이루는 겉으로만 강하고 안으로는 여리고 부드러운 면을 가진 멋진 그녀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더라.

 

책 표지에 그려진 유키히라는 대박 미녀이지만, 아, 일드에서 나온 그녀는 어쩐지 매치가 잘 안 돼.

(시노하라 료코 미안)

 

뭐~ 그래도 끝까지 볼 거지만하고 다짐했지만, 결국 언페어 2편 보는 중에 포기.

 

 


 

 

 

언페어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작품의 전개방식이 일반적이지는 않다. 살인자와 관계자들과  여형사 유키히라, 그 파트너인 안도형사의 다양한 시점과 시각에서 접근하여 지루하지 않으며, 이야기를 빠른 속도로 풀어내서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범인이 출판사들과 경찰에 보낸 앞으로 자행할 살인이 적힌 추리소설을 경매에 붙여 거액에 낙찰하지 않으면 살인을 하겠다는 엄포를 놓는다.

 

도덕적인 부분과 여론의 비난을 의식하여 눈치 보기에 바쁜 출판사. 그 와중엔 이익을 위해 결국엔 입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곳도 있고...

 

아무튼, 한번 쥐면 손에 놓을 수 없는.

 

 

 

 

 

굉장히 특이하고 대단한 사건을 유키히라만의 마술같은 수사법으로 술술 풀어나가는 전개는 결코 아니다.

유아 유괴사건과 맞물린 소녀들 연쇄 사건까지. 이런 장르에 간혹 보이는 소재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추리의 대가도 아니고, 단지 의욕이 있고 직분에 충실한 오로지 수사에만 매달리는 유키히라라는 여형사의 수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만 전개되는 이야기이지만,

이 역시 특별히 지루하지 않게 잘 읽었다.

 

 

아마도 이 두 책을 읽기 시작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 작가의 작품을 더 보고 싶은 아쉬움에 허탈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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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