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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9.08 [미스터리, 수사물] 애꾸눈 소녀, 마야 유타카

 

사람마다 취향과 느낌이 다른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제6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제11회 본격 미스터리대상 동시 수상에 빛나며, 본격 미스터리의 숨은 강자 마야 유타카 국내 첫 출간작 이라고 몇 년 전에 발간된 책을 이제서야 읽어봤다.


워낙에 미스터리, 수사 및 탐정, 괴기 등의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을 좋아해서 그쪽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읽고 있었다가 새롭게 알게 된 작가이다.


17세 작고 여린 소녀의 어깨로 짊어지기엔 너무 묵직한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통해 어머니의 빛나는 명성을 이어받음과 동시에 탐정으로 제대로 데뷔하려는 애꾸눈의  소녀, 미사사기 마케게.

 

"제 왼쪽 눈은 전실을 꿰뚫어봅니다."라는 퍼포먼스와 함께 사람들의 수긍을 얻어내며 사건을 풀어헤쳐 나간다.


주인공이며 화자인 다네다 시즈마는 어머니의 죽음이 내연녀가 있는 부친이 보험금을 타기 위한 것이었고, 주인공과 모친에게 보여준 다정하고 가정적인 부친의 모습이 그저 가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친을 죽음으로 몰게 된다. 그 후 자신도 죽기 위해 다시 찾은 고토노유에서 만난 외눈의 소녀 미카게와 함께 연달은 10대 소녀의 살인사건에 함께 휩쓸리게 된다.


 

> 스포가 있으므로 이 책을 읽을 계획이 있으시다면 생략하세요~

 

오랜동안 전설을 간직하여 마을의 구심점이 되어 존경과 두려움을 한몸에 받아온 한 명가인 고토사키 집안에서 잔혹하고 처참하게 10대 소녀들이 죽어나가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내부인, 즉 가족 구성원 중 한명으로 의심되는 범인은 교활하게도 매번 살인 현장을 잘도 빠져 나가고, 명탐정으로 존경받던 어머니인 미사사기 미카게의 이름을 이어받은 이제 갓 탐정으로 데뷔하는 17살의 외눈 소녀 미카게 2대째는 논리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미카게는 사건 해결 도중 스승겸 조언자겸 열렬한 지지자인 부친을 범인의 손에 잃기도 하고, 범인의 함정에 빠져 살인을 막지 못하지만 결국은 해결하여 뛰어남을 인정받는다.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시즈마는 그로 인해 삶의 의지를 얻게 되지만, 미카게는 사건 해결과 함께 사라져버린다.


그 뒤, 시즈마는 삶을 이어갈 이유를 찾지 못해 다른 곳으로 가 자살하지만, 살아나게 되어 다른 이름으로 18년의 삶을 살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시즈마는 기억을 잃고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결국 기억이 돌아와 다시 한번 고토노유를 찾고 18년 전, 미카게 2대째와 만났던 자리에서 꼭 닮은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미카게 3대째로 역시 뛰어난 명탐정으로 이름을 날리다 사건을 해결하는 도중 죽은 미카게 2대째의 딸이었다. 혹시 이 소녀가 자신의 딸이 아닐까 싶어 나이를 물어보지만, 16세라는 말에 자신의 딸이 아님에 안도와 함께 실망을 하게 된 시즈마.


18년 전 고토사키의 손녀인 10대 소녀 3명과 미카게 2대째의 부친을 죽인 범인과 같은 수법으로 다시한번 고토사키 집안의 십대 소녀들을 하나씩 살육하며 살인마는 부활하게 된다.


명탐정인 어머니의 빈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훌륭히 탐정으로 데뷔하기 위해, 다시 시작된 살인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이라면 어머니의 추리가 잘못됐다는 것이기에 그를 해결하기 위한 미카게 3대째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어머니의 잘못된 추리로 인한 갖은 추궁과 모욕을 감내하며.


미카게 3대째 곁에는 18년 전과는 달리 듬직하고 능력있는 조언자는 없지만, 시즈마는 수습조수를 자청하여 남게 된다.  그리고 미카게 3대째에 의해 밝혀지는 잔혹하고 교활했던 살인사건의 전말과 동기 및 수법, 그리고 범인의 정체를 보면서 뜨악하게 될 것이다.

 

 

단순한 추리물 내지는 정통에 가까운 수사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던 터라, 예측하지 못한 결말을 보고 나니 생명의 존엄성이 추락해버린 폭력적인 내용을 접한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하고 뒷맛이 씁쓸하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명탐정을 동경해왔으며,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가 궁금했다고 말한다. 그에 번역가는 아마 이 작품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작품에는 명탐정의 탄생이 녹아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딱히 명탐정이라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데 충실한 연쇄살인마의 정체를 까발린 작품이지 않은가 싶었다.


더구나 미카게 2대째도 그렇고 3대째도 그렇고 범인을 오인하거나(어찌됐든) 수사 도중 타겟이 된 10대 소녀들은 계속 죽어나갔고, 경찰들도 동원된 마당에 다들 속수무책이 아니었나 싶었다. 결국 탈 수 있는 장작이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 같은 결말은 명쾌하고 신들린 듯한 명탐정 사건 해결이라고 보기엔 부족할 것 같았다.


다만 작품 초반부터 명망 깊은 집안 10대의 꽃다운 소녀들이 목이 잘린 채 죽어나가는 사건이 발생하고, 탐정들과 경찰들이 들러붙었지만 교묘히 사각지대를  침투하여 원하는 살인을 계속해나간 치밀하고 영리한 범인.

분명 집안의 가족 중 누군가인데 도통 잡히질 않아 이유가 뭘까를 고심하게 하는 걸 보면 집중도는 굉장히 높은 작품임은 틀림없다.


'도대체 범인이 누굴까? 분명 가족 중에 있는 건 확실한데, 도대체 왜 자꾸 죽이는 거지?'

'승계가 목적인가? 권력? 어떻게 이렇게 감시하고 있는데 뚫고 들어가 살인을 하는 걸까?'

등 곳곳에 숨겨져 있는 듯한 트릭과 동기가 궁금하여 시작을 하면 끝을 봐야하긴 했다.


마야 유타카라는 작가는 잘 모르지만, 이 작품 역시 작가의 특색이 잘 살아 있다고 하니 또 다른 작품을 읽어 작가의 특색을 좀더 알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