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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9 사신 치바 - 이사카 코타로

 

좀 읽은지 된 작품인데, 문득 생각나서 기록으로 남겨본다.

 

한창 책에 빠져 이것저것 읽어댈 때 접한 책이라, 줄거리들과 등장인물들이 섞여버려서 제목과 작가와 줄거리를 매치하는데 고통이 좀 따랐다.

 

나날이 늘어가는 건망증에,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한번쯤은 머릿속에서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이렇게 몇 자씩 끄적여 본다.

 

 

 

일본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 중 선두 그룹에 속해 있는 이사카 코타로.

 

일본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에 다섯번이나 후보로 선정되고, 최초로 일본 서점 대상에 5년 연속 후보로 오르는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은 신선한 소재와 구성, 재치 넘치는 문장들로 꽤나 흡입력이 있어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라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마왕'이지만, 좀더 재미있게 본건 '사신 치바'. 아무래도 일본 극우주의와 파시즘이라는 다소 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풀어나간 '마왕' 보다야, 좀더 인간의 평범한 삶에 가까운 일상을 그린 '사신 치바'인 건 당연하다. 하지만 '마왕' 역시 무거운 주제를 초능력이 있는 형제들이라는 설정으로 풀어나가 제법 흥미로웠다.

 

아무튼, 그의 작품 중 무려 여덟편이나 영화화됐으며, 다섯작품은 만화로, 그외 다수가 연극, TV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로 재탄생되었다고 하니 꼭 찾아봐야겠다.

 

 

 

<사신 치바>

 

치바의 직업은 사신.

자신에게 지정된 인간을 7일 정도 따라다니며 관찰하다가 그들의 생과 사를 결정하여 상부에 보고하는 게 바로 그와 같은 사신들의 업무.

 

다른 사신들이 그렇듯, 치바는 사신으로서의 업무에만 충실할 뿐, 인간 개개인의 삶과 죽음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을 동정하지도 않고 안타까워하지도 않는다. 인간의 감정을 가지지 않은 사신인 그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슬퍼하고 아둥바둥 살아가는 걸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치바가 유독 관심 있는 게 있었으니,  의외로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이다.

 

치바가 근무하는 날은 유독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서 '치바는 비를 몰고 다닌다'는 말까지 돌 정도이다. 아무튼 그런 그가 담당하는 사람들과 엮이고 그들의 생활에 관여를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사신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암울하고 괴기스러운 내용을 상상하게 되는데, 치바라는 무심하면서 독특한 캐릭터와 사신과 접촉하면 기절한다든지, 수명이 단축된다든지 하는 기발한 설정과 깔끔한 문체가 더해져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도 치바와 비슷한 업종이 있다. 다만 그들은 저승사자로 불리우면서 검은 옷에, 검은 모자에, 입술도 퍼렇다못해 검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고, 무척이나 무뚝뚝하여 결코 살아 있는 인간들과는 섞일 수 없는 존재인데 비해 사신 치바는 다소 엉뚱하면서 외모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그 어떤 사람으로도 변신 가능하여 심지어 우리와 섞여서 살아간다.

 

7일 뒤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걸까? 아니 살 수 있을까?

사신으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 7일 뒤 죽을 혹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될 다른 사람 곁에서 보낸다는 건 어떤 걸까?라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요즘같이 주변에서 죽음을 조금씩 접하고 있는 때에 사신 치바가 생각나게 된다.

 

물론 어릴 적부터 종교를 믿는 터라, 사신이라는 존재는 극구 부인하는 편이지만 뭐 허구 속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생각하고 어쩌다 한 번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창밖을 보면서

'아, 오늘은 사신 치바가 일하고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Posted by 함께사는 이야기